728x90 잡설(雜說)/소설2 하얀 밤 그 겨울밤은 유난히도 매서웠다. 매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지만, 올해는 눈 소식 없이 예년보다 더 찬 바람만이 얼굴을 아리게 때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서둘러 집에 가야하지 생각하면서도 술자리만 길어졌다. 2차로 들어온 곳은 허름한 꼬치집. 간판은 오래되어 빛이 바래고,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 숨어 있는 듯한 자그마한 가게였다. 꼬치 몇 개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정종 한 잔씩이 놓인 테이블. '이제 마무리해야지. 집에 가야 하는데 ....."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면서도 앞에 앉아 뭐어라 주절주절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의 찬 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들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하마터면 오줌을 지.. 2024. 11. 11. 말하는 숲 어제 내린 비가 성판악 등산로 현무암 돌무더기 사이로 군데군데 작은 개울과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안개에 덮인 숲 사이로 여린 새순 사이로 보이는 하늘, 봄햇살이 언 나무들을 녹이고 있었다. 성판악 입구에서 백여 미터쯤 걸었을 때,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한라산 등산 길을 나선 복장이 아니었다. 옅은 브라운 색깔의 가벼운 트레치코트에 검은색 캐주얼화를 신은 그녀가 안개 속을 걷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하얀 발목이 살짝 살짝 보였다 사라졌다 하였다. 키는 167 ~ 168 센티미터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곡선과 적당한 볼륨감이 안개 내린 숲의 시선을 끌었다.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떨어지며 일으키는 물결. 그녀의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머리카락, 이른 아침 안개 깊.. 2024. 11. 10. 이전 1 다음 728x90